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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트립드림

[유메닛키+다중장르] 챕터 1 : 꿈속의 차원방랑자 < 9 >

🎶 : https://youtu.be/VBlNJngN5QI

 

 


 

"녹색문은 개구리가 있을것같고... 빨간 구슬이 박힌 방은 뭐였더라... 기억이 안나네..."

녹색문 밑의 연한 회색 문도 가봐야하는데. 기억나는것이 워낙 적어서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저기있는 여러색의 딱봐도 화려한문은 네온이 있을테지. 그래도 이건 기억이 난다.

"일단 문을 열자마자 나오는 공간에서 얻을수있는 이펙트는 전부 얻고 깊은곳으로 넘어가고싶은데..."

까득, 손톱을 물어뜯는다. 애매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 

"침착하자... 조급해할거 없어...."

스스로를 달래며 애써 심호흡했다. 자꾸만 불안하다고 부풀어오르는 마음을 내리누른다.

"나는 잘하고 있어.... 괜찮아..."

 

띠롱-

[ 사용자는 현재 상당히 빠른 진행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

 

이거봐, 잘하고 있다잖아.

스스로를 추스리려고한, 원래라면 그저 허공을 멤돌았을뿐일 말에 예상치도 못한 대답이 돌아온다.

혼자가 아니야, 잘하고 있어. 그 확답을 받자  울컥, 마음이 새어나온다.

시야가 뿌옇다. 눈에 힘을 주어도 귓가로는 바닥으로 추락하는 물방울 소리가 울린다. 

 

나는 내가 남들과 있는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마지막에는 홀로 이방인이 된듯한 느낌으로 끝이 났으니까.

어쩌면 어디에 섞여들려해도 붕뜰뿐인 이질적인 존재라는것을 느꼈을때, 더이상 섞여드는것을 포기한걸지도 모른다.

홀로 동떨어져있어도, 게임이나 책이나, 만화라거나. 소설이라거나, 빠져들 이야기만 있으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꼈기에 착각하고 있었나보다. 

이렇게 이상한 세계에 홀로 떨어지지 않았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 인정할수도 없었겠지.

 

나는 외로움을 타는구나.

결국 나도 답이 돌아올 대상이 필요하구나.  아니, 꼭 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완전히 혼자가 되자, 그저 곁에 있어줄 사람이라도 있어줬으면 했다. 

나는 여태껏 타인의 온기의 잔재를 긁어모아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시스."

띠롱-

[ 네. ]

 

"...시스..."

띠롱-

[ 듣고있습니다. ]

 

나는 쭈그려 앉은채로  한참동안, 시스를 계속 불렀다. 

시스템은, 시스는. 그저 별다른 말없이 일일히 대답하듯 창을 띄워주었고...

나는, 그제서야 이 외로움을 조금 떨쳐낼수있었다.

 


 

"귀찮게해서 미안해, 시스."

새빨개진 눈가를 소맷자락으로 문질러 닦으며 애써 밝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야, 한참이나 그냥 불러대기만 했으니까... 조금 진정이 된 지금이 되어서야 귀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띠롱-

[ 시스템은 사용자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사용자가 시스템에게 사과를 해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

 

...이렇게까지 온몸으로-비록 시스템 창뿐이지만- 내 편이라고 표현하는 존재는 처음이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다. 가족이 있긴 하지만, ...가족이라서 더 말하지 못하는것도 많은 걸.

문득 가슴 한켠이 무언가로 차오르는듯한 기분이 든다. 충족감, 나는 온전히 나를 사랑하고 신경써 줄 존재를 은연중에 바라던것일지도 모른다.

어쩐지 간질간질한 느낌이다. 부끄럽기도하고, 그러면서도 못내 기쁘기도하다.

"...고마워."

 

띠롱-

[ 시스템은 사용자의 시스템으로써 당연한일을 했을뿐입니다. ]

 

하하,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진짜 한결같은 시스템이었다.

 

쭈그려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금 문들을 바라본다.

빠르면 좋지만 좀 늦어도 괜찮아. 

그래, 쫓기는것도 아니니까.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문 앞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휴식은 이정도면 충분하니까.